사진 부스 30년, 도쿄에서 대구를 거쳐 다시 도쿄로

일본#purikura#photobooth#4cut

1995년 2월, 오락실에 놓인 이상한 기계

시작은 아틀러스라는 게임 회사에 다니던 사사키 미호의 아이디어였어. 1994년, 여학생들이 스티커를 모으고 교환하는 걸 보다가 사진을 스티커로 뽑아 주는 기계를 떠올렸지. 회사 반응은 시원찮았고 그 제안은 한동안 통과되지 못했어.

제안이 통과된 건 이듬해야. 1995년 2월, 아틀러스가 세가와 함께 만든 기계가 오락실에 등장했어. 이름은 프린트 클럽(プリント倶楽部), 다들 줄여서 프리쿠라라고 불렀지. 인기가 붙자 기계는 오락실 밖으로 나가 패스트푸드점과 역, 노래방, 볼링장까지 놓였어.

프리쿠라의 진짜 재미는 셔터를 누른 다음부터야. 화면에 펜으로 글씨랑 하트를 얹고, 눈은 크게 피부는 매끈하게 만드는 보정을 고르고, 스티커 시트로 뽑아서 필통이나 다이어리에 붙여. 한 장씩 뜯어 친구한테 나눠 주는 것까지가 한 세트지.

한국에도 90년대 후반에 이 기계가 들어와 번화가를 채웠어. 그때 필통 안쪽에 붙여 둔 작은 스티커 사진을 기억하는 어른이 지금도 꽤 많아. 다만 카메라폰이 흔해진 뒤로는 기계를 보기가 점점 어려워졌지.

대구에서 다시 시작된 네 컷

지금 우리가 아는 네컷 사진관은 2017년 4월 대구에서 처음 문을 열었어. 인생네컷이라는 이름이었고, 이번 결과물은 스티커가 아니라 검은 테두리 안에 네 컷이 나란히 박힌 긴 종이였지.

프리쿠라랑은 결이 확실히 달라. 프리쿠라가 얼굴을 바꿔 주는 기계였다면, 네컷 부스는 프레임과 포즈를 건네주는 쪽에 가까워. 강한 보정 대신 인물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걸 앞세우고, 그 자리를 소품이랑 조명, 프레임 종류가 채웠어.

규모도 빠르게 커졌어. 한국관광공사 집계로 국내 무인 네컷 사진관은 2023년 1006곳에서 2024년 3000곳 이상으로 늘었고, 이용자의 80% 이상이 10대와 20대였어. 하굣길에 부스가 보이는 게 당연해진 이유가 여기 있지.

한 바퀴 돌아 다시 도쿄

2022년부터 인생네컷은 밖으로 나가기 시작했어. 일본과 대만, 중국, 베트남, 필리핀에 미국과 유럽까지. 2025년 1월에는 일본 최대 라이프스타일 매장으로 불리는 츠타야의 가시와역점에 부스를 넣었고, 그해 연말까지 츠타야 50곳쯤에 셀프 스튜디오를 만들겠다고 밝혔어.

포토이즘도 도쿄 시부야와 하라주쿠, 시모키타자와에 이어 2025년 8월 신오쿠보에 문을 열었어. 프리쿠라가 태어난 도시에 한국식 부스가 나란히 선 거야. 30년 만에 한 바퀴 돈 셈이지.

기계는 바뀌었는데 부스 안 풍경은 그대로야. 좁은 칸에 넷이 몸을 구겨 넣고, 카운트다운에 쫓겨 아무 포즈나 잡고, 나온 종이를 한 장씩 나눠 가져. 필통 안쪽에 붙이던 자리가 폰 케이스 안으로 옮겨 갔을 뿐이지.

부스에 들어가서 고민하면 이미 늦어. 카운트다운은 생각보다 짧거든. 그러니까 줄 서는 동안 폰으로 준비물을 만들어 두는 게 이득이야. 두유박스 LED 전광판에 들고 갈 한 줄을 띄우고, 이름 도장으로 오늘의 도장을 하나 파고, 내 안의 동물 테스트로 프레임 컨셉까지 정해 두면 부스 안에서 버벅대는 시간이 확 줄어.